Nam Hoon Kim
a visual Art
임시공간 작가연구 개인전 기획글
이현숙 임시공간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99년 청테이프 작업부터 도시 안의 상처를 찾아다니며 위로한 독일에서의 작업 그리고 인간 가치 체계의 오류를 되짚어보는 현재 작업까지 선보이며 사라져가는 주변의 것을 다시 바라보고 기억하게 한다.
세계가 경험의 근거이며, 모든 사유가 체화된다고 보았던 메를로-퐁티의 개념을 빌려보면, 사유는 의식에서 비롯되고, 의식 그 자체는 주체의 신체적 지각들로 발전한다. 지각은 외부 세계와 인간의 감각 기관이 만나 일련의 사건을 만들고, 그것들이 반복되면서 쌓여 정보를 얻는 주요 원천이 된다. 작가는 과학적인 세계를 실제 지각으로 재현하고 그렇게 가시적인 것 the visible 안에 비(非)가시적인 것 the invisible이 있음을 말한다.
청테이프 시기 드로잉 작업들(1999-2018)은 작업의 시작이자, 각인된 기억의 탈출구이다.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행위들은 망각의 저항으로 보일 수 있으나 망각을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도 읽힌다.
자신의 상처를 기록하는 싱글채널 비디오 <혼적 Vol.1>(2017)과 건물의 균열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Die wechselfälle>(2018)은 인간의 오감에 거슬리거나 불안감을 안겨주는 상처, 건물의 균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관점에서 소외시키고 비정상이라는 위치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반문한다.
<18911 죽음의 열거>(2017)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생명의 기쁨을 누리던 날벌레의 죽음을 기록하는 작업이며 기억의 심연으로 사라져가는 생의 끄트머리를 붙잡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다.
<모스_단지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뿐이야>(2018)는 <모스_나를 잊지 말아요>(2017)과 <모스_별>(2017)을 잇는 작업이다. 상업화된 문화지구 낡은 건물 2층에서 어디론가 향해 불규칙하게 보내는 신호는 익명의 존재를 발견하고 기억해주는 기억의 매개체 역할을 자처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다. 청테이프로 막고, 상처를 기록하고, 날벌레를 배열하고, 콘크리트 사이 풀에 물을 주고, 쓰레기를 모으는 사소한 무용(無用)의 행위는 거대 도시에서 비주체를 위한 기억을 소환하는 주체적 참여이다.
생명이 한낱 사물로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생각해봤을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자칫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기록하는 작가의 작업은 코스모스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와 인간 종(種)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말한다. 불투명한 커튼 너머 불꽃놀이인지 전쟁터의 폭파인지 모를 상황에 대한 은유가 작가의 작업이라고 말했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지각 세계 너머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작고 나약한 무언가를 위한 말 걸기로서의 신호를 주고받기를 기대한다.
2018.11